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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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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기]이슈 추적/공무원 학교운영위 활동 논란
[동아일보 2005-03-16 19:33]
인천 A중학교 학교운영위원인 학부모 B씨는 회의가 열리는 날이면 답답하다. 현직 교육공무원이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툭하면 회의에 빠지는데다, 어쩌다 회의에 참석하더라도 시간만 때우다 종적을 감추기 때문.
B씨는 “소위 교육전문가라는 공무원이 어쩌면 그렇게 불성실할 수 있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최근 인천지역 교육공무원들이 초중고교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으로 적극 참여하는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의 불성실한 활동도 문제거니와 6월로 다가온 인천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선거인단인 학운위 위원에 이해당사자인 교육공무원들이 대거 참여하는 것은 선거의 공정성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높다.
16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인천지역 초중고교 학운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육공무원은 2003년 63명에서 지난해에는 82명으로 늘었다. 이 중에는 교육감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간부들도 포진돼 있다.
올해는 3월말까지 학운위를 다시 구성하는데, 교육계에서는 100여 명의 교육공무원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교육감 선거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교육감은 학운위원 전체의 투표를 통해 선출한다.
A학교 B교감은 “학운위 소속 공무원들이 학운위 멤버로 참석해 교육감의 치적과 시책의 우수성 등을 홍보하는 등 간접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학운위 위원으로 활동한 공무원을 보면 일반직 3급 1명, 4급 14명, 5급 18명, 6급 3명, 7급 1명, 사무원 3명, 장학관 16명, 장학사 25명, 교감 1명 등으로 대부분 시 교육청, 지역교육청, 도서관 등에서 일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지역 학운위 위원은 모두 4990명으로 학부모 위원이 2296명, 교원 위원이 1846명, 지역 위원 848명이다.
이 가운데 교육공무원들은 지역위원으로 참여한다. 지역위원은 각급 학교에서 학교장이 추천해 학운위원들의 무기명 투표로 뽑는데 학교장이 그 지역에 사는 교육공무원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은 것. 외견상 교육당국의 간여는 배제돼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론 교육당국이 학교장들에게 교육공무원들을 추천하라고 은근히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공무원 학운위원들의 실제 학운위 회의 참여는 매우 저조하다. 실제로 지난해 1학기 공무원 출신 위원들의 학운위 출석은 301회 중 167회(55.5%)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들이 학운위 회의에서 발의한 사례는 16건(11명)에 그쳤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사무처장은 “교육감 선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공무원들이 선거인단 멤버로 참여해 각자가 속한 학운위에서 은밀히 선거운동 거점 역할을 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교육청은 “각급 학교마다 학교 주변에 생활근거지를 두고 있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학운위원 무기명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며 “공무원은 각종 선거에 법으로 관여하지 못하도록 명시된 만큼 학운위 위원 활동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차준호 기자 run- 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