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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가정 일에 상관하지 마세요!

  • 작성자
    문영현
    작성일
    2005년 10월 11일
    조회수
    1837
  • 첨부파일
(화재출동 미담사례)

2005년 10월 11일 새벽 03시 21분
119 종합상황실에 한통의 급박한 화재신고가 접수되었다.
“119죠? 여기 연수동 00아파트 8층인데요. 집안에 사람은 있는데 문은 열어주지 않고 타는 냄새도 나고 현관문 틈새로 연기가 조금씩 계속 흘러나오고 있어요”
“예! 알았습니다. 아파트 가스배관의 중간밸브 잠궈 주시고 소방차 지금 출동 시키겠습니다”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화한 신고자는 야간근무를 서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 이었다
상황실로 화재신고 접수가 된 통화내용은 누가 들어봐도 화재가 난 게 분명하였고 아직 불이 집안에 많이 번지지 않은 것 같지만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된다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새벽시간대에 화재가 발생하면 대부분 깊은 잠에 빠져 있기 때문에 일어나지 못하거나 화재시에 발생하는 유독가스에 이미 노출되어 질식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출동차량 안에서 방화복과 공기호흡기를 착용하는 손놀림도 바빠지고 최대한 빨리 화재현장에 도착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만 급해졌다.
아파트 현관문의 잠김 장치를 강제 개방할 수 있는 파괴 장비를 들고 아파트 입구로 뛰어갔다.
화재가 났다고 하는 8층 베란다 위로 후레쉬를 비춰 보았으나 베란다로는 아직 연기가 새어나오지 않고 있었다.
신고를 한 경비원 아저씨와 함께 아파트 8층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8층 현관문 주변은 화재가 났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깨끗했고 타고 있는 어떤 냄새도 나지 않았다.
“아무 냄새도 안 나는데요!” 연기도 보이지 않고...“
신문투입구가 열려있지는 않을까 해서 웅크려 엎드린 채 신문투입구를 안으로 밀어보았다.
다행히 열려 있었다. 후레쉬를 신문투입구에 넣고 거실 안을 들여다보았다
현관문 입구에는 어른 신발 세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거실도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러나 화재 연기라고는 어디에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닫혀있는 안방문 틈새로 형광등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고 방안에 사람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화재신고가 접수된 이상 정확히 확인하고 돌아가야 했기에 벨을 누르고 현관문을 계속 두드렸다.
한참이 지나도 인기척이 없더니 마침내 집안에서 보조키의 잠김장치를 돌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가 난 얼굴의 아주머니 한 분이 갓 태어난 아기를 품에 안고 나와 짜증을 내며 화재신고를 받고 급하게 달려온 소방관들에게 말했다.
“남편하고 싸운 거니까 남의 가정 일에 상관하지 말고 가세요!”
소방관들 옆에 서있던 경비원 아저씨가 끼어들었다.
“아니! 아까 남편분하고 그렇게 현관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했는데 왜 안 열어줬어요?”
“전화코드 다 뽑아놓고 애 재우고 있었어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아주머니는 현관문을 닫고 금새 들어가 버렸다.
단순 부부싸움이었다. 남편이 술을 마시고 새벽녘에 들어오자 화가 난 아내가 일부러 현관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남편은 경비실에 가서 화재가 난 것 같으니 문을 열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도움을 요청한 것이었다.
그리고 경비원아저씨가 소방서에 화재신고를 하자 남편은 어디론가 자리를 피해버린 것이었다. 잠시 후 경찰관들이 도착했다.
경비원아저씨!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고 화재신고를 하셔야죠!
아저씨가 신고를 잘못해서 소방차가 얼마나 많이 왔는지 밖에 한번 내다보세요!”
“아까 여기 사는 남편하고 올라오는데 6층에서부터 냄새가 나던데...”
변명 아닌 변명으로 회피하고 경비실로 다시 내려간 아저씨에게 소방차 싸이렌 소리를 듣고 뛰쳐나온 아파트 주민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또다시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며 밤새 아파트 주민 한사람 한사람의 사적인 고충까지 일일이 들어주며 고생하시는 경비원 아저씨가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했지만 화재신고를 한번 더 신중하게 확인하고 하였으면 모두들 한밤중 이런 소동을 피할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천남동공단소방서119구조대(032-819-1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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