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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리 이제 죽는 거야?

  • 작성자
    문영현
    작성일
    2007년 1월 21일
    조회수
    1370
  • 첨부파일
(화재출동 미담사례)

 

2007년 1월 17일(수요일) 오전 11:05
청량산 산자락 밑에 위치한 청학동 457-1번지 주택가.
권정은(여,38세)씨 부부가 ‘연수 솜틀집’을 운영하다가 작년 2월에 이 곳 다세대 주택 지하로 가게를 옮긴지도 어느덧 1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솜을 이불에 직접 넣어야하는 가내수공업이기 때문에 일손이 부족한 것을 알고 방학을 맞은 딸 예지(여,17세)와 동생 예나(여,15세)도 부모님을 돕겠다고 아침 일찍부터 찾아와 권씨 부부는 흐뭇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우리 예쁜 딸들 배고프지?”
“엄마가 찌개 맛있게 끊여서 점심 차려 줄께.”
권씨는 하던 일을 멈추고 집에서 준비해온 음식을 꺼내며 휴대용 가스렌지위에 찌개냄비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가스렌지를 켜는 순간 가스렌지 주변에 새어나온 가스가 체류되어 있었는지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길이 치솟아 권씨의 옷에 불이 붙어버리는 것이었다.
놀란 권씨는 엉겁결에 두 손으로 옷에 달라붙고 있는 불을 털어냈고 불티가 이불솜 위로 다시 떨어졌다.
작업장 가득 쌓아놓은 솜은 기다렸다는 듯이 순식간에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권씨는 급한 마음에 작업장 구석에 놓아둔 소화기를 찾았지만 갑자기 찾으려니까 보이지도 않고 어디에 두었는지 자세히 기억이 나질 않았다.
“예지아빠! 안되겠어요. 애들 데리고 빨리 밖으로 나가요.”
권씨는 허둥지둥거리며 불을 끄려고 하는 남편 이세형(남,40세)의 손목을 잡고 아이들과 밖으로 빠져 나간 뒤 다급한 목소리로 119에 화재사실을 알렸다.
“킁킁... 이게 어디서 나는 냄새지?”
지하층에서 불이 난 줄을 모르고 있던 402호 주민 권욱자(여,40세)는 가스렌지위에서 음식이 타는 줄 알고 주방으로 나가 여기저기 살펴보았지만 원인을 찾을 수가 없었다.
4층 창문을 열고 내려다보니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주변에 쓰레기를 태우고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끝내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한 김씨는 현관으로 나가 출입문을 열었다.
그러자 현관문 앞은 검은 연기로 한치 앞의 사물도 분간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날이 추워 닫아놓은 옥상으로 연기가 빠져나가지 못하자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검은 연기는 4층 복도로 점점 더 몰려 올라오는 것이었다.
“세라야! 불났어. 빨리 거실로 나와!”
권씨는 작은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 딸 이세라(여,13세)에게 날카롭게 소리쳤다.
“엄마 손 꼭 잡고 따라 와야 돼!
권씨는 검은 연기로 가득 찬 현관문을 열고 옥상으로 올라가야 모녀가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두려움이 몰려와 끝내 나가지 못한 채 다시 현관문을 닫았다.
그리고 평소에 TV에서 본 것과 집 근처 소망, 롯데마트에서 쇼핑을 하면서 벽에 붙여놓은 화재대피요령을 주의 깊게 읽어본 것을 기억해 내고 딸을 데리고 화장실로 대피했다.
권씨는 세수 대야에 물을 받아 자신과 딸의 몸에 정신없이 쏟아 부었다.
온 몸이 젖어있다면 뜨거운 불길 속에서 화상을 그나마 적게 입을 것 같았다.
“엄마! 나 혼자 두고 어디가!”
“엄마가 연기 못 들어오게 막고 올 테니까 여기 기다리고 있어.”
권씨는 화장실에 있는 수건과 세탁을 하기위해 벗어놓은 옷가지들을 물에 흠뻑 적신 뒤에 들고나가 연기가 들어오는 현관문 틈새를 막았다. 그러나 현관문 틈새로 물밀 듯 비집고 들어오는 미세한 연기를 다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거실을 포함한 집안과 굳게 닫아놓은 화장실까지도 검은 연기로 가득하기 시작했다.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딸이 있는 화장실로 다시 들어간 권씨는 딸과 함께 변기 커버를 밟고 올라서서 작은 화장실 창문의 모기장을 찢고 얼굴만 내밀었다.
“살려주세요! 여기 사람 있어요. 사다리라도 빨리 놔주세요!”
“콜록콜록........켁켁.......엄마! 우리 이제 죽는 거야?”
세라가 발을 동동 구르며 처절하게 울기 시작했다.
잠시 후...
싸이렌을 울리며 빨간 소방차량들이 속속 주택가 앞 대로변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관문 출입구로 분출되는 화재연기가 이미 각층에도 상당히 많이 유입된 것으로 판단되었다.
구조대는 공기호흡기를 착용하고 주택 1층부터 현관문을 두드리며 화재에 고립된 주민들에 대한 인명구조에 들어갔다.
3층 현관문까지 찾아 올라가 정신없이 두드리자 ‘아인스 입시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교사 이은아(여,34세)가 낮잠을 자다가 방안에 가득 찬 연기속에서 길을 잃고 고립되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다른 가족들은 어디 있어요?”
“엄마는 조카들과 치과에 갔고 언니도 조금 전에 외출하고 집에 아무도 없어요.”
구조대원 한명이 은아씨에게 보조마스크를 씌워 건물 밖으로 데리고 내려갔고 나머지 대원들은 다시 4층을 향해 벽을 더듬어 올라갔다.
옥상 출입문을 개방하여 건물 내부에 가득 찬 농연을 배출시키면서 4층 현관문을 계속 두드렸다.
402호 화장실에 고립되어 있던 권씨가 구조대가 온 것을 알고 현관문을 열어 주었다.
대원들은 권씨와 딸 세라에게 보조호흡기를 코와 입에 씌워 주택 1층 아래로 무사히 구조 할 수 있었다.
시원한 공기를 편안하게 맘껏 숨쉴 수 있는 건물 밖으로 무사히 구조된 권씨의 눈에는 쏟아지는 눈물이 앞을 가리고 있었다.
화재사고가 발생한 이틀 뒤....
화재현장에서 고립되었다가 구조된 권씨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저는 정말이지 살면서 제가 화재를 겪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지금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심장이 뛰고 온 몸이 막 떨려요. 집안으로 들어온 그을음은 아무리 걸레로 문질러도 지워지지가 않고... 화재를 당한 사람들의 심정을 이제야 조금이라도 알 것 같아요.”

 

인천남동공단소방서119구조대(032-819-1190)

 

[인명구조 관련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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