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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와 지혜
연꽃은 아침이면 피었다가
저녁엔 오무라든다.
능히 오무릴 수 없게 되면
꽃잎을 떨군다.
부귀하면서도 거두어들이려는
마음이 없는 사람은
이를 거울 삼아야 할 것이다.
풀은 봄에 무성하다가
겨울엔 마른다.
아주 바싹 마르게 되면
또 돋아난다.
곤궁하면서도 떨쳐 일어날
뜻이 있는 사람도
또한 이와 같다.
미당 서정주는
<꽃밭의 독백〉에서
'꽃아, 아침마다 개벽하는 꽃아'
하고 노래했다.
연꽃은 아침마다 개벽을 한다.
꽃잎을 옹송그려 모두고
긴 밤을 지낸 뒤,
동녘에 해 떠오르면 제 몸을 연다.
저녁에 제 몸 추스릴 힘이 없으면,
미련 없이 연못 위로
제 몸을 떨군다.
환한 해를 환하게 맞이할 수 없다면,
추레한 몸으로 어이 맞으리.
연꽃은 안다.
어느때에
제 몸을 떨구어야 할 때인지를,
지금 부귀와 명예에 겨워
선망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사람들,
그들도 어느날 문득 다가올
떨어질 때를 대비해야 한다.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은
이 세상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더러운 곳에서도
가장 예쁜 꽃을 피우는
오염 된 진흙탕을 이겨내고
마침내 자신의 몸을 터트려
꽃을 피우고야 마는 고운 연꽃.
그렇게 이루고 나서도
자신이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버림으로서
다시 얻어지는 이치를 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많은 것들이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이 있다.
그러나 그 욕심은 끝내
허망함 외에는
돌아오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내가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해 보면서
더러움 속에서도 물들지 않고
언제나 처염상정하는
한송이 연꽃을 보면서
인간 삶의 향기와 지혜를 배운다.
글 흥륜사 주지 정 법 륜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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