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 ||||||
실버택배로 제 2의 인생 시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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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옥련여고 인근 ‘실버택배사업소’. 백발이 성성한 20여명의 노인들이 하나 둘씩 서둘러 출근을 한다. 택배회사의 큰 화물차도 엔진 소음을 내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곳으로 들어온다. 이들은 곧 능숙한 몸놀림으로 화물차에서 물건을 내린 뒤 분류작업에 들어간다. 9시쯤 주소지별로 분류된 물품을 각자의 차에 싣고 배달에 나선다. 노인택배원들은 거의 2인1조로 대부분 부부가 호흡을 맞춘다. 그 중 유난히 다정한 모습의 노부부가 눈에 뛴다. 바로 청학동 배송을 맡고 있는 최연수(73), 강안덕(65)부부. 서로 오순도순 대화를 나누며 부인은 송장(送狀)을 붙이고 남편은 물건을 나르는 모습이 정겹다. “원래 할아버지만 여기서 일을 했는데, 혼자 집에 있으려니 걱정이 좀 돼서 말이죠.” 강 씨는 남편 일을 조금씩 돕다가 이제는 아예 같이 다니게 됐다고 한다. 서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며 보듬어 주는 모습이 아름답다. 하루에 100여개의 물건들을 배송하고 부부가 만 질수 있는 돈은 한 달에 100만원 남짓. 크게 오른 기름 값을 빼고 나면 남는 돈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재벌이 부럽지 않다. “자식들에게 손을 안 벌리게 돼 너무 속이 편안하다”는 최 씨 부부는 “용돈을 받고 즐거워하는 손주들의 모습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며 즐거워했다. 택배원으로 활동하면서 또 하나 좋은 점은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것. “일하기전까지 만해도 지병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지금은 말끔히 사라졌다”고 입을 모으는 이곳 노익장들은 “아이들은 부모가 힘들게 일하는 게 불만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들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내가 할 일이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저 행복할 따름”이라는 이들의 ‘긍적적인 마인드’는 최근 힘든 일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을 향한 무언의 꾸짖음으로 들린다. 실버택배는 연수구노인인력관리센터가 노인취업을 위해 지난해 1월 5명의 노인을 택배회사에 파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곳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연수구의 도움을 받아 1천600㎡ 규모의 택배회사 부지를 마련했고, 자체 영업소를 만들어 연수구 내 배송과 집하를 직접 도맡아 하고 있다. 이 사업은 초창기에 중간 개인사업자와의 수익적인 마찰 등으로 잡음이 일기도 했지만 최근 개인사업자와 계약을 끝내고 현대택배로부터 직접 공급을 받기로 하는 등 올 9월부터는 센터 직영체제로 운영된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영업소에 가서 물건을 받아와 다시 사업소에서 분류하는 2단계작업이 현대택배의 11t 셔틀화물차 운영을 통한 작업의 단일화로 경쟁력까지 갖추게 됐다. 연수구노인인력관리센터 신건종 소장은 “우리보다 한걸음 앞서 노령화사회가 된 일본에서는 이미 실버택배사업이 활성화돼 많은 노인들이 이 사업을 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3D업종이라며 택배사업을 기피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노인 일자리 사업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