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역사 사태에 대한 제언
수년째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수인전철 연수역사의 대립사태를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연수역사 이전을 주장하며 연수구청장 주민 소환운동을 전개하는 연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연사모)과 자기 상가앞의 연수역사 조기착공을 주장하는 모임(이하 조기련)을 비판하기 앞서 연수구에 과연 주민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자 하는 정치인이 있는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연수구청 홈페이지 첫 면을 장식하는 성명서를 보면 그런 서글픈 생각이 더더욱 든다. 나는 시의원 재직초에 황우여 의원과 철도청 직원들과 함께 원인재역에서 송도역전 부지까지 거의 두 시간 여를 함께 걸으면서 현장 조사를 한 바 있었다.
당시의 논란은 연수역사 위치가 쟁점화 되기 이전이었고 청학동의 지상화로 인한 지역 양분과 주공3차와 대동주변의 소음으로 인한 지하화를 요구하는 민원을 수습하는 건이 관건이었다.
2002년 10월 인천시의회 예산결산위원장이었던 필자는 청학동의 지하화를 위해 수인전철 관련 인천시 예산(인천시 부담액 25%) 전액을 삭감하여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그해 12월 인천시와 철도청은 필자의 끈질긴 요구에 지하화 예산으로 재편성하여 제출해서 통과시켰다.
수인선 지하화를 주장하던 전 시의원과 달리 필자는 주변의 연수1차, 우성2차, 대동, 주공3차, 세경아파트 주민들에게 지반침하로 지하화가 어렵다며 설득을 하고 대안으로 소음방치 루프(지붕)를 약속하며 커다란 집단민원을
해소시켰다.
성명서에 연수구청이 밝힌 <2002년 6월에 이미 연수역사가 지금의 위치였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필자가 당시 인천시 관련 부서로부터 받아 소장하고 있는 자료에는 연수역사는 연수고가에서 청학동 위치에 소재한 것으로 분명히 나타나 있다.
그리고 연수역사의 원 위치가 지금의 연수장례식장 앞이 아니라 청학동 씨네스 영화관 앞이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그렇다면 당시 역사의 위치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철도법에 따라 두 가지 선행조치가 있어야 했다.
첫째는 철도청은 인천시장과 구청장에게 의견을 묻기 위한 행정절차를 선행했어야 했다.
둘째, 이를 전달받은 시장과 구청장은 주민들에게 의견을 묻는 공람 등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
이런 절차를 무시한 채 철도 건설을 강행하는 철도청에 대해서 연수구청은 어떤 노력을 경주하여 왔는가?
연수역사 이전을 요구하는 연사모의 주장은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연수구민이 보다 많이 이용할 수 있는 철도이용의 공공성과 효용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또한 경제활성화를 위해 현 위치 조기착공을 주장하는 조기련의 자세는 철도의 공공성과 이용성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인천지하철과 환승역이 되는 원인재역의 승기역에서 연수역간의 거리가 불과 600 여 미터이고, 다음 연수역 ~ 송도역간의 거리가 2.8㎞라는 것을 최적의 역사 위치라고 해명한 구청장의 논리는 궁색해 보인다. 인천지하철 평균 역간 거리가 1.1km라는 점은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 사이에 위치한 청학동과 연수1동의 7만여 명의 주민은 도대체 어느 역사를 이용하라는 말인가?
많은 이용객이 집단적으로 거주하는 지역은 무사통과를 하고 송도역의 산골짜기에 역사를 건설한다는 발상에 왜 구청장과 연수구의 자생 단체장은 침묵하고 있는가?
성명서 채택에 동의한 단체장들이 이런 모습에 마치 구청장을 두둔하는 모습은 대단히 온당치 못한 처신이다.
헌신적으로 일하는 구청장…, 철도청에 아무런 권한이 없는 구청장 등등을 운운하는 지역의 어른들이나 단체장의 표현은 적절치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국회의원과 시의원, 구청장과 구의원들을 뽑은 이유는 그들로 하여금 국가와 지방정부에 우리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 달라고 선출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국민 대의기관의 대표자라고 하지 않는가?
최소한 구청장은 철도청이 건설하고자 하는 연수역사의 건축 허가권과 각종 공사의 굴착 허가권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그 역사가 적정치 못하다고 하면 허가를 안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소유한 공인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보다 실질적인 권한을 소유한 단체장이라는 점이다.
박승숙 중구청장이 수인전철이 관내 신포동을 경유해서 하인천역으로 가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철도청이 거부하자 관내 철도 노선공사의 굴착허가를 하지 않는 점을 다시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연수구청으로부터 각종 보조금을 받는 단체의 장들이 마치 구청장을 두둔하고 대신 홍보하는 성명서 채택에 앞장서는 모습은 다수의 구민들 여론을 호도한다는 점에서 신중했어야 했다.
연수역사는 <연사모>나 현재 위치를 주장하는 <조기련>들의 것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연수구민 모두의 역사라는 점이다.
자신들의 요구들 수용하기 위해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정당의 대표자들을 영입하여 현 구청장 주민소환운동을 전개한 연사모의 행위는 대단히 정략적이고 잘못되었다.
최소한 현 구청장은 주민 소환을 당할만큼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구민의 선택으로 당선된 구청장의 심판은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는 것이 민주주의 기본 이념인 것이기 때문이다. 주민의 생존권 싸움은 자신들의 몫이었음에도 정치인을 내세워 단식투쟁을 하는 모습은 공감대를 넓혀가던 그들의 투쟁이 위축되는 또 다른 빌미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의 해결 의지는 한 마디로 구청장에게 있다.
주민들의 공식적인 의견을 수렴해서 결정하도록 안내해야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연사모나 반대 단체들의 한정된 의견을 수렴하려고 하지 말고 연수구 전체 주민의 의견을 들으면 된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는 지혜를 갖기를 바란다. 공식적인 여론 조사기관에 의뢰하여 체계적인 질문 문항으로 전 세대별 여론조사를 결정하면 그 누가, 어느 정치인이 그런 결정을 문제를 삼겠는가?
문제는 구청장께서 과연 구민의 체계적인 여론을 수렴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구청장의 해명처럼 <구민의 합의된 의사를 전달해 달라>는 철도청의 요구가 바로 그러한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수구의회도 함께 나서야 한다.
왜 연수구 의회는 연수구의 최대 민원 현장에 대해 이토록 침묵하는가 하는 점이다. 혹자들이 이야기하기를 다음 지방선거의 공천 때문이라는 의혹이 기우이기를 바란다.
4선의 지역 국회의원의 정치력을 발휘할 때가 지나도 한참을 지났는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는가 싶다.
<상반된 민원을 야기하거나 합법성을 상실한 민원에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구청장의 성명서를 보면서 마치 군사정부의 권위주의가 넘쳐 전율을 느끼게 하는 구청장의 언사는 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여 조치를 즉시 취해 주기를 바란다.
다양한 스팩트럼이 존재하는 현대 시대에 논리는 항상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어서 이를 조정하는 것이 단체장의 역할이라는 점이다.
청학동 지하차도 문제를 한 발자욱도 움직이기 않던 철도청을 단 6개월에 해결한 필자의 경험을 볼 때 한마디로 지역 정치인의 의지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벌써 15년을 끌어 온 수인전철 문제이다.
이제 매듭을 짓기 위해 지혜를 모을 때가 아닌가 싶다.